개소 이후 논문성과 통계 발표…“기후ㆍ생명부터 지구ㆍ해양까지 폭넓게 연구
□ 극지연구소가 개소 이후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극지의 여러 과학 분야에서 균형 있게 연구 성과를 축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오늘(14일) 2024년 초록집을 펴내며, 지난 20년간 연구소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3,263편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 초록집은 극지연구소 도서관이 매년, 전년도에 소속 연구원들이 발표한 논문들의 초록을 모아 발간하는 극지연구소 연구성과 아카이브로, 지난해 연구소 개소 20주년을 기념해 올해는 20년간의 누적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함께 수록했다.
□ 분석 결과, 극지연구소는 2004년 개소 이후 지난해까지 20년간 연평균 1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게재를 연 단위로 보면 두 번의 특이점이 나타나는데, 2012년에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고, 4년 만인 2016년에 200편을 넘어섰다. 이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2009년 출항)와 남극장보고과학기지(2014년 준공) 등 극지 연구 인프라 확충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 연구 분야별 분포에서도 고른 성장세가 확인됐다. 도서관은 전체 논문을 ▲기후과학 ▲지구과학 ▲해양과학 ▲생명과학 ▲기술·정책 등 5개 분야로 분류했으며, 이 중 생명과학(약 1,100편, 36%)과 기후과학(약 900편, 28%)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 지구과학과 해양과학도 각 500편 수준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극지연구소가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극지 환경 연구를 병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정책 분야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연구가 시작된 분야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보이지는 않았다.
□ 극지연구소는 해양수산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과학기지와 쇄빙연구선 등 극지 연구시설을 운영하며 국내외 과학자들에게 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직접 극지의 자연환경과 변화양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국가 극지과학 역량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 초록집은 2014년부터 매년 발간되고 있으며, 전체 내용은 극지연구소 홈페이지(www.kopri.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극지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펴낸 지난 20년간의 논문은 수량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편식하지 않고 고르게 성장해왔다는 증거”라며 “급변하는 극지 환경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융합 연구가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앞으로도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지질변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학제적 해답을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미국과 공동연구를 통해 서남극 빙하 아래 메르세르 빙저호에서 수천 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진화한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하고 생존전략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 빙저호는 남극과 북극의 두꺼운 빙하 아래 존재하는 호수로, 고립된 환경에서 장기간에 걸쳐 독특한 진화를 겪기 때문에 과학적 가치가 높다. 그러나 막대한 탐사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 탓에 온전한 시료 확보 사례는 극히 드물다.
□ 극지연구소 김옥선 박사 연구팀은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교 존 프리스쿠(John Priscu)교수, 플로리다 대학교 브렌트 크리스트너(Brent Christner)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과 함께 서남극 1,087m 두께의 빙하 아래에 있는 메르세르 빙저호(Subglacial Lake Mercer, 84.661°S, 149.677°W)를 탐사하고 확보한 시료를 분석했다.
□ 탐사는 미국팀 주도로 2018-19년에 이뤄졌으며, 분석은 우리 연구팀이 주도했다. 청정 열수시추(hot-water drilling) 기술을 이용해 오염 없이 빙저호 시료를 확보한 것은 2013년 윌란스 빙저호 이후 인류 역사상 두 번째이다.
□ 메르세르 빙저호에서 확보한 1,374개의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 결과, 대부분 해양ㆍ지표 미생물과 유전적으로 고립된 새로운 종이 발견됐다. 이들은 산소 농도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았으며 이러한 차이는 군집 구조에서도 나타났다. 극지연구소 황규인 박사는 “대사적 유연성이 암흑·저영양·고압의 환경에서 미생물들이 수천 년간 생존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빙저호 시료에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을 적용해, 극히 적은 생물량에서 유전체 수준의 분석을 구현했다. 앞서 윌란스 빙저호(Subglacial Lake Whillans)에서 예상외로 다양한 미생물이 발견*된 이후, 한 단계 더 진전된 것이다.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은 우리 연구팀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빙저호 연구를 한층 끌어올린 성과로 평가된다.
* A microbial ecosystem beneath the West Antarctic ice sheet(Christner et al., 2014. Nature)
□ 이번 성과는 남극의 초극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적응, 진화하는지 규명했을 뿐 아니라, 얼음 아래 바다가 존재하는 유로파(Europa), 엔셀라두스(Enceladus) 등 외계 천체의 생명 가능성 연구에도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와 미국 과학재단의 SALSA(Subglacial Antarctic Lake Scientific Access) 프로젝트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게재됐다.
* doi.: 10.1038/s41467-025-62753-3
□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우리 연구팀의 아이디어와 미국의 탐사 기술이 만나서 거둔 성과”라며, “남극에는 아직도 인간이 접근하지 못한 600여 개의 빙저호가 존재한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국제 협력을 강화해 미지의 극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북극에서 지구 스스로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자연적 조절 메커니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극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중위도보다 3~4배 강하다고 알려졌다.
□ 북극이 따뜻해지면 바다를 덮고 있는 해빙이 줄고, 식물성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의 생장은 촉진된다. 이 영향으로 대기 중 미세입자 생성이 활발해지는데, 미세입자는 태양 에너지를 산란시키거나 반사하는 구름 형성을 유도해 지표 온도를 낮추는 ‘기후 냉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 극지연구소 장은호ㆍ윤영준 박사 연구팀은 한림대학교 박기태 교수, 포항공과대학 이기택 교수 연구팀, 스페인 국립과학위원회,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과 북극 다산과학기지 인근 제플린 관측소에서 2010년부터 약 10년간 축적된 DMS, 미세입자 관측 자료와 위성 기반의 식물플랑크톤ㆍ해빙 자료 등을 종합 분석했다.
□ DMS(dimethyl sulfide, 디메틸황)는 북극 미세조류가 내뱉는 황 성분의 기체로, 형성된 지 1년 미만의 해빙인 일년빙에서 주로 방출되는 할로겐 산화제와 반응해 미세입자 생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극지연, 북극에서 기후냉각 성분 증가 가능성 제시…“온난화 늦추는 자연 복원력”
□ 관측 결과, DMS가 대기 중 미세입자로 전환되는 효율은 봄철, 일년빙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최근 북극 온난화로 일년빙 비중과 미세조류 생물량이 동시에 증가함에 따라 미세입자 형성도 활발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그 결과 ‘기후 냉각 효과’가 강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 이번 연구는 해양 미세조류에서 기원한 DMS가 대기 중 미세입자로 전환되는 전 과정을 입증한 사례로, 기후변화가 오히려 자연 유래 기후냉각 물질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과학적 시각을 제시한다.
□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해양·극지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 「북극권 대기-동토-피오르드연안 대상 빅데이터 기반 기후환경변화 대응 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저명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에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envres.2025.122024
□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는 북극이 기후변화의 피해지역이지만,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구의 회복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지속적인 현장 관측과 연구를 통해 지구 기후 시스템의 복잡한 변화를 과학적으로 해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극지연, 5.2억 년 전 고생물의 정체 최초 입증…“우리 과학기술 우수성 확인”
□ 50년간 이어온 한 고생물의 정체 논란이 마침표를 찍었다. 극지연구소는 세계 최북단 북그린란드에서 확보한 약 5억 2천만 년 전 ‘넥토카리디드’ 화석을 분석해, 이 생물군이 기존 해석과 달리 원시 화살벌레의 일종이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 넥토카리디드(Nectocaridid)는 고생대 초기 바다에서 서식했던 동물로, 1976년 캐나다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절지동물, 척삭동물, 연체동물 등 다양한 계통으로 해석됐다. 곤충, 문어, 물고기 등 현생 어느 동물의 조상이었는지조차 의견이 엇갈렸을 만큼 계통 분류가 난제였던 생물이다.
□ 2010년 캐나다에서 다수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두 개의 촉수 같은 다리를 지닌 원시 두족류 연체동물이라는 주장이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됐지만, 논란은 멈추지 않았다.
□ 극지연구소 박태윤 박사와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야콥 빈터(Jakob Vinther) 박사는 덴마크 연구팀과 함께 북위 82도 북그린란드 시리우스 파셋(Sirius Passet)에서 신종 넥토카리디드인 넥토그나투스 에바스미싸이(Nektognathus evasmithae) 화석 11점을 발견하고, 정밀 형태 분석을 수행해 이 동물이 원시 화살벌레라고 발표했다.
□ 연구팀은 넥토카리디드 화석 몸통 중앙에서 한 쌍의 신경절(ganglion)을 확인했다. 크고 명확한 신경절이 머리 대신 몸통 중앙에 위치하는 형태는 동물 전체를 통틀어 오직 화살벌레에서만 나타나는 해부학적 특성으로, 넥토카리디드가 원시 화살벌레였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 신경 구조의 검출에는 극지연구소가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EPMA(전자 프로브 미세분석기) 기반 화석 분석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기술은 기존 기술(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법(EDS))보다 화석 표면에 존재하는 탄소를 비롯한 원소의 분포를 더 정밀하게 파악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구조까지 밝혀낼 수 있다.
□ 극지연구소 이미리내 박사는 신경절에서 양쪽 지느러미줄기로 이어지는 신경 섬유까지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사례이다. 현재 이 기술은 여러 해외 연구기관들이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가 개발한 기술로 세계적 학술 논쟁을 종결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 박태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북극 오지 현장 조사는 쉽지 않았지만, 초기 동물 진화의 비밀을 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 시리우스 파셋은 5억 년 전 고생대 화석이 남아 있는 전 세계에 손꼽히는 화석 산지로, 현재 이 지역을 현장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은 사실상 극지연구소가 유일하다. 2022년에는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에서 ‘세계 100대 지질유산’으로도 선정했다.
□ 본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이번 달(7월)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u6990
□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지연구소가 보유한 현장조사 역량과 자체 분석 기술이 진화 생물학의 핵심 난제 해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우리 국가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잘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