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연, 남극 심해서 초대형 화살벌레, 열수광석 획득
남극 심해 열수 시스템과 생물 진화 수수께끼 풀 ‘열쇠’…“경제적 가치도 기대”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 심해에서 초대형 화살벌레와 열수광석을 채집했다고 밝혔다. 초대형 화살벌레 실물이 채집돼 외부에 공개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 극지연구소 박숭현 박사 연구팀은 지난 2월 아라온호로 남극 중앙해령 수심 2,000m 지점 열수분출구를 탐사하면서, 연구소에서 자체 제작한 심해용 채집 장비를 활용해 10cm 길이의 화살벌레(Chaetognatha, 모악동물)를 잡는 데 성공했다.
□ 화살벌레는 평균 길이 0.5~3cm의 중형 플랑크톤으로 어느 바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종이지만, 10cm는 이례적인 크기이다. 초대형 화살벌레는 앞서 지난 2017년 남극 중앙해령에서 수중 카메라로 존재가 확인됐다.
□ 화살벌레는 유전 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종이다. 이 종의 유전체는 약 10억 개의 염기쌍으로 어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몸집이 작아서 유전체 분석에 필요한 DNA를 충분히 얻기 어려웠다. 남극 심해에서 큰 개체가 잡히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 발견은 남극 심해 환경에 적응한 유전자 발굴과 지구 생태계 진화 이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극지연구소는 북그린란드에서 30cm 크기의 원시 화살벌레 화석을 발견하고, 이 종이 초기 해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화살벌레가 왜 크기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는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연구팀이 채집한 열수광석은 102점, 총 무게는 350kg에 달한다. 중앙해령에 침투한 바닷물은 마그마의 영향으로 뜨거운 물, 열수가 되는데, 이 열수가 주변 금속을 녹여낸 다음 해령 밖으로 분출돼 차갑게 식으면 열수광석이 된다. 이번에 채집한 열수광석은 황동석, 섬아연석 등으로 보이며 구리, 아연 등 유용 금속을 함유하고 있어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남극권 중앙해령에서 열수 광석이 직접 채집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 생물 진화의 실마리와 광물자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극 중앙해령 연구에 대한 필요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올해 말 무인 잠수정을 활용해 남극 중앙해령 탐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미지의 남극 바다에서 얻은 선물이 해양 생태계와 무척추동물의 진화, 생리 연구에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의 환경 변화로 번식기에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을 때 나타나는 아델리펭귄의 사냥 전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아델리펭귄은 먹이가 비교적 풍부하고 사냥하기 유리한 환경에서는 거의 같은 장소에서 먹이를 구했지만, 환경이 불리해지자 사냥 장소를 나눴다. 영양공급을 자주 받아야 하는 새끼들에게 주는 먹이는 가까운 곳에서 구했고, 자기는 멀리까지 나가서 먹이를 섭취했다.
□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 연구팀은 아델리펭귄 약 4만 쌍이 서식하는 남극 로스해 케이프할렛(Cape Hallett)에서 2021-22년과 2022-23년 두 하계 시즌에 아델리펭귄 47마리에 위치 추적-잠수기록계를 부착하고, 이들의 이동 경로와 먹이사냥을 추적했다.
□ 번식지 주변 해양환경 때문에 아델리펭귄은 2021-22년에 2022-23년보다 먹이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22년에는 사냥터로의 접근을 방해하는 얼음 면적이 2022-23년 대비 10% 이상 넓었고, 해양의 생물생산력도 2022-23년의 2/3 수준이었다.
□ 열악한 환경을 맞닥뜨린 2021-22년 번식기의 아델리펭귄은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새끼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얼어붙은 바다에 뚫린 구멍 등을 이용하며 비교적 가까운 평균 약 7km를 이동했고, 자기 먹이는 평균 약 45km의 장거리 사냥에서 구했다. 먹잇감이 충분했던 2022-23년에는 사냥터를 나누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 연구팀에 따르면, 아델리펭귄은 먹이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자 새끼 양육과 자기 영양상태 유지를 위해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Bimodal foraging strategy)을 채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Bimodal foraging strategy): 바닷새 등에서 번식기에 나타나는 먹이사냥 전략. 새끼 먹이는 가까운 사냥터에서, 부모 먹이는 먼 사냥터에서 확보하기 위해 두 유형의 이동을 번갈아 수행하는 취식전략
펭귄이 새끼 먹이를 다른 데서 구했던 이유
- 극지연, 남극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아델리펭귄의 먹이사냥 전략 변화 확인
□ 다만, 환경 변화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급격히 진행돼 새끼와 부모 모두 먹이 부족을 겪게 되면, 펭귄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 남극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에는 백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와 물범, 바닷새, 그리고 크릴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에서 2017년부터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생태계 변화를 감시하고 국제사회에 보고하고 있다.
□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개발사업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1월 ‘Marine Biology’(제1저자 김유민 연구원, 교신저자 김정훈 박사)에 게재됐다.
*doi: https://doi.org/10.1007/s00227-024-04575-3
□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펭귄은 남극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남극 펭귄의 생존이 위협받으면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생태와 적응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영향을 평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꼽히는 리튬-황 전지 개발의 핵심 소재 후보물질을 남극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 리튬-황 전지는 이론적으로 터리 용량이 크고 배터리 용량이 크고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데다가 원재료도 비교적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어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충ㆍ방전 과정에서 황의 성질이 변하거나 바인더가 팽창하면서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바인더는 전극 재료를 묶어두고 전기적 연결을 유지해 이차전지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으로, 리튬-황 전지 개발 과정에서도 황의 기능 발현과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 극지연구소 윤의중 박사와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이정태 교수 공동연구팀은 세종기지 인근 바다에서 채집한 남극의 홍조류 커디에아 라코빗자에(Curdiea racovitzae)로부터 상용 바인더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
□ 시뮬레이션 결과, 홍조류에서 분리한 복합 다당체 CRP(Curdiea racovitzae Polymer, 커디에아 라코빗자에 폴리머)를 바인더로 활용하면 개미굴과 같은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유도하는데, 이 구조가 리튬-황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리튬-황 전지의 바인더로 상용 바인더 대신 CRP를 사용하면, 배터리 용량 유지 성능은 100%가량 향상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미굴처럼 생긴 다공성 구조에서는 빈 공간들이 배터리가 충ㆍ방전을 지속할 때 발생하는 내부 부피팽창을 수용할 수 있어서 장기간 사용해도 전극의 형태가 안정적이었다.
□ 극지연구소와 경희대 공동연구팀은 앞으로 상용화를 위하여 대량 배양 기술 확보와 후보물질 추출 효율 증대, 유사 국내 해조류 발굴 등 추가 연구를 수행 중이다.
□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와 한국임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Materials Today에 게재됐으며, 국제 특허도 진행 중이다.
* DOI : https://doi.org/10.1016/j.mattod.2025.01.006
□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한 환경이 빚어낸 남극 생물은 신비로움 이상의 가치를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다. 남극을 잘 보존하면서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한 대한민국 극지연구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병원균이 깨어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극지연구소 김덕규ㆍ김민철ㆍ이영미 박사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동토에 잠들어 있는 병원균을 깨울지, 깨어난 병원균들은 병원성을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사 실험을 진행했다.
□ 연구팀은 알래스카 북서부 수어드 반도 카운실 지역에서 채집한 토양을 실험실로 옮긴 뒤, 동토를 녹이는 환경을 조성하고 90일간 세균 변화 등을 관찰했다. 동결 여부를 기준으로 위에서부터 녹아 있는 활동층, 얼었다가 녹는 전이층, 녹지 않은 영구동결층으로 구분했는데, 전이층과 영구동결층에서 세균의 개체 수가 증가했고 군집 구조도 바뀌었다.
□ 특히, 동토층에 묻혀 있던 세균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의 균주들은 감자 무름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위도 지역에서 과일, 채소 등을 감염시키는 병원균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실험으로 북극 툰드라의 전이층과 영구동결층에서도 존재가 확인됐다.
□ 연구 결과, 슈도모나스 속 균주들은 저온에서 개체 수가 적고 휴면상태라 감염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동토가 녹는 환경에서는 식물 병원성 계통의 개체가 부활하면서 감염성을 띠고 개체 수도 증가했다. 감자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기 때문에, 온난화로 재배 가능 지역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실험 대상으로 선정됐다.
□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 “온난화로 인한 극지 서식환경 변화와 생물 적응진화”와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에 의한 북극 동토 생태계 생지화학적 변화 이해” 연구 사업의 지원을 수행됐으며, 독성학과 환경안전 분야 저명 학술지인 “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지난달 게재됐다.
* 논문명 : Potential risks of bacterial plant pathogens from thawing permafrost in the Alaskan tundra
□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깨어날 미생물들은 분명 걱정거리이지만, 그 위험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잠재적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북극 현장과 실험실에서 식물 병원균의 휴면과 활성을 지속해서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와 해양수산부(장관 강도형)는 스웨이츠 빙하와 파인아일랜드 빙하 등 서남극 빙하 두 곳에서 유실되는 얼음이 매년 줄어드는 남극 얼음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것을 새롭게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 지난 18년간 매년 1,200억 톤의 빙하가 남극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그동안의 국제 공동연구 등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현장 활동의 제약과 원격탐사자료의 낮은 해상도로 지역별 빙하량 변화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대학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위성정보의 공간해상도를 높이고 얼음 질량 분석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남극 내 88개 빙하의 얼음량 변화를 추적했다. 공간해상도는 기존 300km에서 30km로 10배 향상됐는데, 지도에서 우리나라를 구별하는 수준에서 서울시를 식별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아진 셈이다.
□ 연구 결과, 2002년 이후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와 파인아일랜드 빙하(Pine Island)에서 연평균 845억 톤의 얼음이 집중적으로 유실된 것을 확인했다. 두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은 남극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하나 그 유실량은 남극에서 매년 사라지는 얼음량의 70%에 다다른다.
□ 기후모델을 활용해 얼음량 변화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서남극 스웨이츠, 파인아일랜드 빙하에서 줄어든 양의 90% 이상은 바다로 배출된 얼음 때문이었다. 반면, 동남극은 강설량이 늘면서 매년 약 500억 톤의 얼음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얼음량 변화는 강설량과 빙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얼음 배출량으로 결정되는데, 이번 기술 개발로 지역별 분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 연구팀은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지형과 빙하 특성 등 원격탐사로 알기 어려운 현장정보를 추가로 얻기 위해 향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탐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 사업(연구책임자: 이원상 책임연구원)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9월호에 주목할만한 논문(press interest)으로 게재됐다.
*논문제목: Partitioning the drivers of Antarctic glaciers mass balance (2003-2020) using satellite observations and a regional climate model (1저자 김병훈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 교신저자 서기원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로 우리나라는 남극 빙하량 변화 연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게 되었다. 미래 예측 시뮬레이션 연구를 병행하여 빙하량 변화와 해수면 상승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