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얼음을 이용해 단백질을 정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얼음 친화 정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단백질 정제는 생명과학 연구에서 특정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단계이며, 현재는 인슐린이나 인터페론 같은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의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필수 공정으로 기능하고 있다.
□ 자연에는 얼음에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얼음결합 단백질(IBP, Ice-Binding Protein)이 존재하며, 특히 극지에서 많이 발견된다.
□ 극지연구소 도학원 박사(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UST 교수 겸임) 연구팀은 북극 영구동토에서 찾은 미생물에서 유래한 DUF3494 계열의 얼음결합 단백질(이하 DUF 단백질)에 주목했다. 높은 열 안정성과 얼음결합 활성 덕분에 얼음의 성질을 왜곡시키지 않고 결합할 수 있어서, 산업 공정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 재조합 단백질은 대량 생산 시 목적하는 단백질을 뒤섞인 다른 물질과 분리, 정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팀은 DUF 단백질을 꼬리표, 태그(tag)처럼 활용하는 얼음 친화 정제(Ice Affinity Purification, IAP) 시스템을 설계해 이 과정에 적용했다. DUF 단백질의 얼음 결합 특성을 이용해 목적 단백질만 얼음에 부착시키고 불순물은 씻어내 고순도의 단백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 실험 결과, 얼음 친화 정제 시스템의 회수율은 87%로 기존 고성능 정제 시스템과 비교하면 약간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연구팀은 실험 규모를 키워서 대량 정제 공정에 적용하면, 회수율 향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 자연에서 유래한 단백질과 얼음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성과 안전성이 우수한 것도 장점이다. 기존 공정은 고가의 독성 합성 물질을 사용해 비용과 환경 부담이 컸고, 정제 과정에서 목적 단백질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었다.
□ 이번 연구는 국내 특허 출원 중이며, 관련 결과는 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ical Macromolecules (논문명: Ice affinity purification system for recombinant proteins using a DUF3494 ice-binding protein) 저널에 이달(6월) 게재됐다.
* DOI: 10.1016/j.ijbiomac.2025.144378
□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는 극지 유래 생물자원의 산업적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얼음결합 단백질 기술은 단백질 정제 태그뿐 아니라 냉동 보존, 생명소재, 친환경 바이오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으며, 특히 산업용 단백질 생산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 극지연, 남극 심해서 초대형 화살벌레, 열수광석 획득
남극 심해 열수 시스템과 생물 진화 수수께끼 풀 ‘열쇠’…“경제적 가치도 기대”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 심해에서 초대형 화살벌레와 열수광석을 채집했다고 밝혔다. 초대형 화살벌레 실물이 채집돼 외부에 공개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 극지연구소 박숭현 박사 연구팀은 지난 2월 아라온호로 남극 중앙해령 수심 2,000m 지점 열수분출구를 탐사하면서, 연구소에서 자체 제작한 심해용 채집 장비를 활용해 10cm 길이의 화살벌레(Chaetognatha, 모악동물)를 잡는 데 성공했다.
□ 화살벌레는 평균 길이 0.5~3cm의 중형 플랑크톤으로 어느 바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종이지만, 10cm는 이례적인 크기이다. 초대형 화살벌레는 앞서 지난 2017년 남극 중앙해령에서 수중 카메라로 존재가 확인됐다.
□ 화살벌레는 유전 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종이다. 이 종의 유전체는 약 10억 개의 염기쌍으로 어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몸집이 작아서 유전체 분석에 필요한 DNA를 충분히 얻기 어려웠다. 남극 심해에서 큰 개체가 잡히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 발견은 남극 심해 환경에 적응한 유전자 발굴과 지구 생태계 진화 이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극지연구소는 북그린란드에서 30cm 크기의 원시 화살벌레 화석을 발견하고, 이 종이 초기 해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화살벌레가 왜 크기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는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연구팀이 채집한 열수광석은 102점, 총 무게는 350kg에 달한다. 중앙해령에 침투한 바닷물은 마그마의 영향으로 뜨거운 물, 열수가 되는데, 이 열수가 주변 금속을 녹여낸 다음 해령 밖으로 분출돼 차갑게 식으면 열수광석이 된다. 이번에 채집한 열수광석은 황동석, 섬아연석 등으로 보이며 구리, 아연 등 유용 금속을 함유하고 있어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남극권 중앙해령에서 열수 광석이 직접 채집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 생물 진화의 실마리와 광물자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극 중앙해령 연구에 대한 필요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올해 말 무인 잠수정을 활용해 남극 중앙해령 탐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미지의 남극 바다에서 얻은 선물이 해양 생태계와 무척추동물의 진화, 생리 연구에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의 환경 변화로 번식기에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을 때 나타나는 아델리펭귄의 사냥 전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아델리펭귄은 먹이가 비교적 풍부하고 사냥하기 유리한 환경에서는 거의 같은 장소에서 먹이를 구했지만, 환경이 불리해지자 사냥 장소를 나눴다. 영양공급을 자주 받아야 하는 새끼들에게 주는 먹이는 가까운 곳에서 구했고, 자기는 멀리까지 나가서 먹이를 섭취했다.
□ 극지연구소 김정훈 박사 연구팀은 아델리펭귄 약 4만 쌍이 서식하는 남극 로스해 케이프할렛(Cape Hallett)에서 2021-22년과 2022-23년 두 하계 시즌에 아델리펭귄 47마리에 위치 추적-잠수기록계를 부착하고, 이들의 이동 경로와 먹이사냥을 추적했다.
□ 번식지 주변 해양환경 때문에 아델리펭귄은 2021-22년에 2022-23년보다 먹이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22년에는 사냥터로의 접근을 방해하는 얼음 면적이 2022-23년 대비 10% 이상 넓었고, 해양의 생물생산력도 2022-23년의 2/3 수준이었다.
□ 열악한 환경을 맞닥뜨린 2021-22년 번식기의 아델리펭귄은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새끼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얼어붙은 바다에 뚫린 구멍 등을 이용하며 비교적 가까운 평균 약 7km를 이동했고, 자기 먹이는 평균 약 45km의 장거리 사냥에서 구했다. 먹잇감이 충분했던 2022-23년에는 사냥터를 나누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 연구팀에 따르면, 아델리펭귄은 먹이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자 새끼 양육과 자기 영양상태 유지를 위해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Bimodal foraging strategy)을 채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Bimodal foraging strategy): 바닷새 등에서 번식기에 나타나는 먹이사냥 전략. 새끼 먹이는 가까운 사냥터에서, 부모 먹이는 먼 사냥터에서 확보하기 위해 두 유형의 이동을 번갈아 수행하는 취식전략
펭귄이 새끼 먹이를 다른 데서 구했던 이유
- 극지연, 남극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아델리펭귄의 먹이사냥 전략 변화 확인
□ 다만, 환경 변화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급격히 진행돼 새끼와 부모 모두 먹이 부족을 겪게 되면, 펭귄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 남극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에는 백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와 물범, 바닷새, 그리고 크릴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에서 2017년부터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생태계 변화를 감시하고 국제사회에 보고하고 있다.
□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개발사업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1월 ‘Marine Biology’(제1저자 김유민 연구원, 교신저자 김정훈 박사)에 게재됐다.
*doi: https://doi.org/10.1007/s00227-024-04575-3
□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펭귄은 남극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남극 펭귄의 생존이 위협받으면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생태와 적응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영향을 평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꼽히는 리튬-황 전지 개발의 핵심 소재 후보물질을 남극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 리튬-황 전지는 이론적으로 터리 용량이 크고 배터리 용량이 크고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데다가 원재료도 비교적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어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충ㆍ방전 과정에서 황의 성질이 변하거나 바인더가 팽창하면서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바인더는 전극 재료를 묶어두고 전기적 연결을 유지해 이차전지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으로, 리튬-황 전지 개발 과정에서도 황의 기능 발현과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 극지연구소 윤의중 박사와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이정태 교수 공동연구팀은 세종기지 인근 바다에서 채집한 남극의 홍조류 커디에아 라코빗자에(Curdiea racovitzae)로부터 상용 바인더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
□ 시뮬레이션 결과, 홍조류에서 분리한 복합 다당체 CRP(Curdiea racovitzae Polymer, 커디에아 라코빗자에 폴리머)를 바인더로 활용하면 개미굴과 같은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유도하는데, 이 구조가 리튬-황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리튬-황 전지의 바인더로 상용 바인더 대신 CRP를 사용하면, 배터리 용량 유지 성능은 100%가량 향상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미굴처럼 생긴 다공성 구조에서는 빈 공간들이 배터리가 충ㆍ방전을 지속할 때 발생하는 내부 부피팽창을 수용할 수 있어서 장기간 사용해도 전극의 형태가 안정적이었다.
□ 극지연구소와 경희대 공동연구팀은 앞으로 상용화를 위하여 대량 배양 기술 확보와 후보물질 추출 효율 증대, 유사 국내 해조류 발굴 등 추가 연구를 수행 중이다.
□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와 한국임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Materials Today에 게재됐으며, 국제 특허도 진행 중이다.
* DOI : https://doi.org/10.1016/j.mattod.2025.01.006
□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한 환경이 빚어낸 남극 생물은 신비로움 이상의 가치를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다. 남극을 잘 보존하면서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한 대한민국 극지연구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병원균이 깨어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극지연구소 김덕규ㆍ김민철ㆍ이영미 박사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동토에 잠들어 있는 병원균을 깨울지, 깨어난 병원균들은 병원성을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사 실험을 진행했다.
□ 연구팀은 알래스카 북서부 수어드 반도 카운실 지역에서 채집한 토양을 실험실로 옮긴 뒤, 동토를 녹이는 환경을 조성하고 90일간 세균 변화 등을 관찰했다. 동결 여부를 기준으로 위에서부터 녹아 있는 활동층, 얼었다가 녹는 전이층, 녹지 않은 영구동결층으로 구분했는데, 전이층과 영구동결층에서 세균의 개체 수가 증가했고 군집 구조도 바뀌었다.
□ 특히, 동토층에 묻혀 있던 세균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의 균주들은 감자 무름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위도 지역에서 과일, 채소 등을 감염시키는 병원균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실험으로 북극 툰드라의 전이층과 영구동결층에서도 존재가 확인됐다.
□ 연구 결과, 슈도모나스 속 균주들은 저온에서 개체 수가 적고 휴면상태라 감염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동토가 녹는 환경에서는 식물 병원성 계통의 개체가 부활하면서 감염성을 띠고 개체 수도 증가했다. 감자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기 때문에, 온난화로 재배 가능 지역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실험 대상으로 선정됐다.
□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 “온난화로 인한 극지 서식환경 변화와 생물 적응진화”와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에 의한 북극 동토 생태계 생지화학적 변화 이해” 연구 사업의 지원을 수행됐으며, 독성학과 환경안전 분야 저명 학술지인 “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지난달 게재됐다.
* 논문명 : Potential risks of bacterial plant pathogens from thawing permafrost in the Alaskan tundra
□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깨어날 미생물들은 분명 걱정거리이지만, 그 위험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잠재적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북극 현장과 실험실에서 식물 병원균의 휴면과 활성을 지속해서 추적하겠다”고 말했다.